민주통합당(민주당)이 ‘막말’ 파문에 휩싸인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자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지만 민주당은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다.

민주당은 5일 오후에 이어 6일 오전에도 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오늘(6일)도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결정을 일단 지켜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현재까지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후보는 5일 밤 부산으로 내려가 김어준씨 등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부산에 가서 나꼼수 녹음에 참여했던 민주당 문재인 특별선거대책위원장, 박지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선거대책위원장이 활동했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단체까지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이 주저하는 것은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할 경우 스스로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꼼수 지역구 세습’ 논란 속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민심의 대변자”라는 명분으로 김 후보를 공천했던 지도부에 화살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김 후보 공천 과정에 참여했던 총선기획단이나 최고위원단과 공천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거대책위원회 간부들 사이에서 의견 차가 엿보이기도 한다. 김 후보의 공천 과정에서부터 불만을 가졌던 민주당 내 인사들이 이번 기회에 김 후보를 중도사퇴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반면 공천에 찬성했던 인사들은 감싸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나꼼수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김 후보를 맹목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트위터 등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옹호 여론이 월등하다. 김 후보와 선을 그을 경우 20∼30대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와 나꼼수를 함께 진행했던 김어준씨는 5일 “우리는 끝까지 간다”며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라며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중도층의 표를 깎아먹을 수 있는 김 후보를 그대로 두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더 큰 편이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민주당 후보는 “주부나 교회 신도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는다”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의 과거 막말 발언은 계속 공개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해 말 한 인터뷰에서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 집단, 척결 대상”이라고 말해 ‘교회 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2009년 한 대학신문 기고글에서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고 20대를 싸잡아 비난한 사실도 공개됐다. 2007년에는 한 인터넷 매체에 ‘똥물만도 못한 친노’라는 칼럼을 쓰면서 “친노가 요즘 똥값이다. 아니 똥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