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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펀드 개입 규모 역대 최대

고려아연 등 경영권 분쟁 개입
2023년 시총 대비 5.9배 수준

최근 ‘상속갈등’ 새수익원 인식
고환율 등 틈타 더 기승 부릴듯

지난해 사모펀드(PEF)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상장회사 전체 규모(시가총액)가 38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PEF발(發) ‘머니게임’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PEF들이 기업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주요 신규 수익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GS·LS 등 대기업도 사정권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PEF가 기업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사례는 5건(한미사이언스·고려아연·영풍정밀·두산밥캣·SK스퀘어)으로 이들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종가 기준 37조923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사례 기업들의 시가총액(6조3991억 원) 대비 5.92배 수준이자 역대 최대치다.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공시한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은 역대 최대치인 320건을 기록했다. 통상 PEF들은 비상장사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전략에 집중한다는 경향이 컸는데 최근에는 몸값이 십수조 원에 달하는 기업 분쟁에도 참전하고 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PEF 시장 규모가 커지고 PEF 간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기업 분쟁을 새 수익원화 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PEF가 기업 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최근 1∼2세대 경영에서 3∼4세대 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산업계 현황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배주주 지분이 상속 과정에서 줄어들고 적은 지분을 지닌 3∼4세대 지배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에 나서면서 PEF를 동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동업 관계가 와해된 기업이 PEF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기업 경영권 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도 PEF의 경영권 분쟁 참전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나선 영풍·MBK파트너스 사례만 보더라도 MBK는 3조 원 수준의 자금 동원력(차입금)으로 분쟁에 참여했다. MBK가 실제 투입하는 금액은 2000억 원 안팎의 차입금 이자 금액에 불과한데 20조 원이 넘는 기업을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GS·LS·두산·한진 등 최대주주 지분율이 한 자릿수인 대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PEF의 경영권 개입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실적 개선이나 주가 부양을 이끄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