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4·11 국회의원 총선거’ 지역구 후보자 공천이 마무리된 가운데, 호남 지역구의 40% 이상에서 후보조차 내지 않아 ‘새누리당이 호남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결과를 분석한 결과 호남 30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공천자를 낸 곳은 17곳(56.7%)에 불과했다.

공천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특히 광주 지역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광주에서 8개 지역구 가운데 2곳에만 공천, 광주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지역에 후보조차 내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른다. 광주 서을에 이정현(비례대표) 의원을, 서갑에 성용재 시당 부위원장을 각각 공천한 게 전부다. 새누리당은 전북과 전남에서도 일부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전남에서는 11개 지역구 가운데 3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정했고, 전북에서는 11개 지역구 가운데 4곳을 비워뒀다. 싸워봐야 승산이 거의 없으니 아예 대결을 피해버린 셈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호남 공천자 17명 가운데 주목할만한 인물은 이정현 의원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전북 전주완산을) 정도라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는 광주 8곳, 전북 11곳, 전남 12곳 등 호남 전 지역에 후보자를 내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 그렇다고 이번에 새누리당의 호남 공천신청자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광주에서 5개 지역구에 5명, 전북에서 9개 지역구에 16명, 전남에서 10개 지역구에 15명이 각각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36명의 신청자가 있었음에도 13개나 되는 지역을 깨끗이 포기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과도 배치된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호남 소홀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고, 당 대표 시절 누구보다 호남을 자주 방문했다”며 “호남에서 인재들을 적극 발굴해 밀어 드리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어차피 ‘12·19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 같으니 호남은 대놓고 포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무공천을 비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