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대량파괴무기(WMD) 및 핵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인적 관리’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사토 마사루(佐藤優) 전 외무성 주임 분석관은 22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기술이 확산되지 않기 위해’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옛 소련 붕괴 이후 국제사회 지원으로 만들어진 국제과학기술센터를 예로 들며 이 모델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사토 전 분석관은 김 위원장 사후 북한에서 심각한 권력 투쟁이 발생하지 않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집단지도 체제가 마련돼도 사회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정은의 카리스마가 부족해 사회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공장과 상점 등에서 유출 및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기후변수 및 식량난까지 겹쳐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경제 난민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토 전 분석관은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이 탄도미사일과 핵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종사 중인 연구자나 기술자의 대량 북한 탈출이라고 지적했다.

핵물질, 탄도 미사일이 북한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대량파괴무기 개발의 노하우를 가진 인적 유출을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자나 기술자는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로 주체 사상이나 선군사상 등을 믿지 않고 있으며 북한 당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특별 배급 등의 권리를 주는 동시에 체포, 투옥 및 상황에 따라 처형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경제적으로 압박받을 경우 이들에게 주는 특권 확보가 곤란해질 수밖에 없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국외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들은 우선 중국으로 탈출해 중남미 국가에 머물며 핵무기 기술을 원하는 국가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다 국적을 바꾸거나 가짜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됐다.

사토 전 분석관은 이를 막기 위해 옛소련 붕괴 이후 모스크바에 세워진 국제과학기술센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대량파괴무기의 연구개발, 제조에 종사했던 연구자, 기술자들이 중동 국가나 북한 등으로 유출될 위험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관이다.

이 센터는 기초 연구, 핵융합 에너지, 원자력 안전, 의학, 전자 공학, 항공 우주 등의 분야를 운영하며 비군사 분야의 새일자리를 만들었다.

미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이 지원했고, 러시아,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여기에 참가한 옛 소련 연방 국가의 심각한 ‘인적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여기에 참가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의 경우 기술자들이 이란에 유출됐다며 사토 전 분석관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기술자 유출을 막기 위한 복안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