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비해 지난해 말 상세한 대응 매뉴얼을 작성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뉴얼에는 김 위원장 사망 발표일을 기준으로 초기 정부의 조치 내용이 분 단위로 명시돼 있고,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 날짜와 조의·조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와 날짜까지 담겨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김 위원장 사후를 대비한 개략적 매뉴얼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말 전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세부적인 사항까지 담아 전면 재정비했다”며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대체로 이 매뉴얼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나왔지만 이 매뉴얼 덕분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작성한 ‘김정일 위원장 사후 대응 매뉴얼’에는 상황 발생 초기 청와대·정부·군의 조치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공조,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 조의·조문 관련 문제의 결정 절차와 발표 시기가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 사후의 북한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대응 방향도 포함돼 있다.

특히 상황 발생 직후 정부의 대응은 분 단위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매뉴얼에 따라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이 발표된 즉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정부는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또 군은 전군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으며, 외교통상부는 재외공관에 비상대기체제를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일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 및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적 협력을 당부한 것도 매뉴얼에 있는 순서와 절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매뉴얼 정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이 대통령의 초기 대국민 메시지가 왜곡돼 발표되는 등 청와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의·조문 논란도 조기에 정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 사망 이틀 뒤에 정부 담화를 발표한 것도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라며 “주요 부처와 군의 별도 대응 매뉴얼도 마련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