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2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 장관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주요현안에 대해 긴급현안질문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대북 정보력 부재’를 질타하면서 관련자 문책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도 사퇴를 주장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사전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보다 앞선 분야였던 휴민트(HUMINT : human intelligence·인적정보)가 지금은 붕괴된 상태”라며 “국정원의 조직 개편으로 대북 전략국이 폐지되고 북한 전문 요원 수가 크게 줄었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국정원장을 경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이 17일 오전이 아닌 16일이라는 의혹이 상당한데 이에 대해 (정보당국에서) 확인된 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북 정보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에서의 급변사태와 대남도발 대비책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원 원장은 물론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 등을 모두 경질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질의 자료에서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는커녕 미·러·일 등 주변국들도 이 소식을 몰랐다는 점을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양 내세우고 있다”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국정원·국방부·통일부·외교부 수장들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적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에 예산 1조원을 쓰는 국정원이 이틀 동안 김정일 사망도 모르고 있었다는 수준의 정보력은 충격적”이라며 “대북 정보에 완전 먹통인 정보계통에 대해 반드시 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금의 우리 대북정보력 수준으로는 (북한의 도발 등)유사사태가 발생해도 100% 모를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국정원장과 주요 간부들의 교체는 당연히 필요하고 대통령도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 조문단을 파견하고 대북지원에 나서는 등 전향적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학재 민주당 의원은 질의자료를 통해 “평화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면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하며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정부가 공식조문단을 파견하고 통일단체의 방북을 허용해야 하는 등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하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