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이후 20일 오전까지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외적인 정적과 내적인 부산함에 휩싸였다.

이 지역에서는 겉으로는 평소 때처럼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이 지역에 몰려 사는 북 주민들에 대한 ‘귀국령’이 내려지면서 평양 등 북으로 들어가는 행렬이 시작됐다. 이미 북으로 가는 기차표가 매진되고 모든 북한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다.

19일 밤 랴오닝성 선양(瀋陽) 공항에 내려 영업용 차량편으로 긴급 이동해 찾은 단둥은 적어도 겉모습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19일 낮 중국 중앙방송국(CCTV)과 한국 TV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처음 알았으며 공식 발표 이전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류경식당 등 일부 북한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았으며, 압록강변의 옥류관은 문을 열기는 했으나 손님이 거의 없는 ‘개점휴업’상태였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과 마주한 북한 땅 신의주 지역도 역사에만 불을 밝힌 채 주변지역 공장에서 솟아나던 굴뚝 연기도 모두 자취를 감춘 적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 부근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 탓에 아침 운동을 나온 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양쪽을 잇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의 차량 출입을 검문하는 공안과 변방수비대의 모습도 차량 출입 때에만 잠시 얼굴을 내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자동차 관련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천(陳)모 중국인 무역상은 “중국과 거래를 하는 북한 ‘무역일꾼’은 물론 단둥 등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오는 28일 장례식 이전까지 모두 귀국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 같다”며 “평소 거래하던 북한 무역상들이 모두 귀국을 서둘러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김정일 사망 이후 북중 무역의 근본적인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당분간은 주춤할 것 같다”고 대북 무역 위축을 우려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중국 거주 북한인들에 대한 귀국령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망과 사후 정세에 대한 입단속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둥역에서는 기차표가 동이 나는 등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둥지역의 북한 주민은 “단둥발 평양행 기차표가 모두 매진된 상태라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단둥시 압록강변 자디(佳地)광장 A좌 21층에 있는 주선양 단둥 영사지부에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20일 오전 기자가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분향소 앞에서 만난 이곳 안내원은 “외부인의 조문은 받지 않고 있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거절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자디광장 앞 마당에 세워진 조화에는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장군, 영원히 전해져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단둥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