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에 따라 서점가에 ‘북한’을 주제로 한 서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부산 동서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논문을 우리말로 옮겨 출간한 책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시그마북스 펴냄)에서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인종과 혈통에 기반하고 있는 극단적 민족주의”라며 “북한의 세계관을 전통적인 좌우 스펙트럼 위에 놓는다면 극좌보다는 극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스탈린주의와 같은 강경한 공산주의, 유교사상에 기반한 가부장주의, 자주독립을 강조하는 주체사상 등을 지목해 왔다.

보수적 성향의 미국 출신 북한학 연구자인 저자는 “조선인들은 혈통이 지극히 순수하고 따라서 매우 고결하기 때문에 어버이 같은 위대한 영도자 없이는 이 사악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단 한 문장으로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 문제에 천착해 온 ‘현대북한연구회’(회장 전영선)가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식화와 북한 권력의 변동’(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북한에 관한 최근의 논의와 연구를 일곱 가지 주제로 살펴본 ‘기로에 선 북한, 김정일의 선택’(한울 펴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책에 따르면 2010년 9월28일 조선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 이후 같은 해 12월23일까지 김 위원장의 49회 공개활동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수행한 횟수는 총 32회로,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28회), 김경희 당중앙위원회 경공업부장(24회), 최룡해 비서(20회), 리영호 군 총참모장(19회) 등 다른 파워엘리트들보다 많다. 이는 김 부위원장이 사실상 북한체제의 2인자로서 김정일 다음 가는 실세임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김정은 후계체제가 순로롭게 구축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단기간에 김정일과 비슷한 지위에 올라 북한의 핵심 파워엘리트 위에 군림하게 되었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김정은의 ‘나이’와 ‘경험’만을 갖고 그의 권력 장악력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2인자로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김정은이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북한을 개방하고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교하고 스마트한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상징조작 차원에서 두 차례 개명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책도 시선을 끈다. 다케야마 소데츠(사회학)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교수는 최근 북한 원전과 한·일 전문가 등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펴낸 책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심비언 펴냄)에서 김정은의 이름이 정운(正雲)이었으나 3대 후계체제의 정통성 부여를 위해 검은색이 연상되는 ‘구름(雲)’ 대신 ‘밝게 빛남(銀)’의 뜻이 내포된 이름으로 바꾸었고 훗날 ‘은혜 은(恩)’자로 다시 개명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