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유고시 궁극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중동사태와 같은 민주화 혁명이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김 위원장 사망 직전에 제기됐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일 전인 지난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북한 후계체제 구축과정과 안정성’ 발표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권력기반 구축이 미완인 상태에서 김 위원장 유고가 발생할 경우 김 부위원장 체제의 수혜세력과 피해세력 간의 권력투쟁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의 공권력 종사자들과 주민들의 체제 충성심이 더욱 쇠퇴해 궁극적으로 중동사태와 같은 민주화 혁명이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도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체제 붕괴를 자신의 파멸로 간주하는 극소수 권력층과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권력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3대 세습을 김정일 사후 자신의 기득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김 부위원장 체제에 부정적 이해관계를 갖는 세력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권력층은 (김 위원장 사망 직전) 상징적 권력자였던 김 위원장과 실질적 권력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미래 권력자 김 부위원장 사이에서 극심한 눈치 보기와 줄서기를 하는 상황이 전개돼 왔다”고 말했다.

현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의 권력세습 과정을 비교할 때 “온갖 악재가 산적해 있는 북한의 현 대내외 여건은 김 부위원장의 치적 확보와 리더십 발휘에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제와 인민생활, 특히 민생문제는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당과 국가의 공급제도가 붕괴하고, 시장의 확산으로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이 소멸되고 있으며, 엘리트와 주민들의 이탈과 동요, 불만과 저항의식이 날로 가중되는가 하면 권력층의 부패 등으로 내부 결속력이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동 민주화 혁명과 외부사조의 유입 및 확산으로 북한의 대내외적 불안요인도 증대하고, 과거와 같은 중국과 동구권의 이념적 지지와 지원도 뒤따르지 않는 등 김 위원장 권력승계 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현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에 비해 세습 환경과 김 위원장의 권력세습 당시 북한의 경제와 주민생활, 대외관계 등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양호했으며 김 위원장의 치적 확보와 리더십 발휘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후계자 자질과 인지도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에 비해 현저히 불리하다. 현 연구위원은 “김 부위원장은 사회와 엄격히 격리돼 절대왕자 신분으로 성장,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통이라는 이유 하나로 권력을 상속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후 노동당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승진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질 향상과 경력 확보를 위한 충분한 기회를 가진 것과 김 부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