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발하며 의사일정 전면 거부 방침을 정했지만 내부에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시켜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2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FTA 문제와 내년 예산은 별개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서민층, 중소기업 등의 계층이 더 어렵기 때문에 예산 편성에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온건파 입장에 있었던 김성곤 의원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만간 다시 예산국회는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 출연,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지만 국회에서 투쟁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투쟁 방법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으며 과거 원내총무·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정균환 상임고문은 23일 당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 원내·외 투쟁 병행 방안을 제시했다.

손학규 대표가 강력한 장외투쟁 방침을 천명하고 연대 대상인 민주노동당은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일부에서 예산국회 참여 의견이 상당한 것은 야권통합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국면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데다 총선을 눈앞에 둔 의원들의 급한 사정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손 대표는 23일 야 5당-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 전면 무효에 동의하는 모든 민주진보진영 세력과 힘을 합쳐서 공동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