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품격을 떨어뜨리는 데는 폭력 의원들뿐만 아니라 폭력 보좌진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18대 국회에 들어서 보좌진과 당직자 등은 상대당 의원들에게 거리낌 없이 막말을 하고 몸싸움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상임위원회 처리, 예산안 처리 등 여야 대치상황에서 보좌진들이 빠짐없이 등장해 국회 폭력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실 앞에서는 야당 보좌진들과 국회 경위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준안 기습처리에 대비해 전체회의장 문을 잠그고 점거를 해 10여명의 경위들이 회의장 문을 강제로 열어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이에 야당 보좌진들이 달려들어 경위들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했다. 양측은 몸싸움이 심해지면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10월31일에는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복도에서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거짓말쟁이”, “이완용”이란 막말과 야유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강행처리 때는 더 심했다.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몸으로 막았다. 이에 한나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나서 이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여 국회 본회의장 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욕설을 쏟아붓기도 했다. 지난 2009년 3월 미디어법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에게 목을 졸리기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민주당 강창일·노영민·김영진 의원 등이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과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안일근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은 “보좌진들은 임명권자가 의원이어서 (동원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하지만 국회의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의원들의 몫이지 보좌진들이 할 일은 아닌 만큼 앞으로 보좌진들이 안건 처리를 막는 과정에 동원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내 폭력 근절을 위해 ‘국회 내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특별법에는 회의장 내 기물파손 행위, 회의·표결 중 국회의원이 아닌 자가 국회의장의 허가 없이 회의장을 출입하는 행위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2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야당이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며 반발해 낮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