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최루탄 테러’를 저지른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입성 배경에는 ‘묻지마 연대’가 있다. 김 의원은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위한 전략지역으로 민노당에 양보한 전남 순천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지만 민주당의 양보로 공천신청조차 하지 못한 민주당 성향 후보자들이 6명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표심이 분산된 가운데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덕에 호남 지역구 최초의 민노당 의원이 됐다.

민노당과 연대해 단일후보로 김 의원을 지지하고 당선시킨 민주당은 최루탄 테러에 대해 “너무 과했다”, “오히려 야당에 부담을 줬다”며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민노당과의 공조 때문에 민주당까지 테러 비판여론의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성곤 의원은 24일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많았다”며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분들이나 야당에 도움을 준 게 아니고 오히려 입장을 어렵게 만든 지나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장세환 의원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야당에 부담을 주고 한나라당을 덮어주는 게 됐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무작정 공천한 것이 이같은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김선동 의원의 저런(최루탄 테러)행동은 민주당은 수용 못하는 행동”이라며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보다 정당 간에 분배하듯 하는 (연대) 공천의 문제가 이번 사태로 나타났다. 정당이라면 정강·정책이 있는 것인데 서로 맞지 않는 정당끼리 연대하고 공천까지 연관시키는 것은 책임정치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연대’로 인한 ‘무검증 후보’의 부작용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저렇게 파괴적이고, 의회정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온 것은 선거에서의 연합 안에서 나눠먹기식의 공천이 가져온 참사”라며 “이번 일은 연대와 통합만 우선하는 행태로 인한 부작용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민주진보통합신당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이질적인 세력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