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트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처벌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이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사무처가 할 일”이라며 눈치만 보고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소극적인 이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전격적으로 기습 표결 처리한 데 대한 부담감과 국회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현역의원을 수사기관이 사법처리를 위해 소환하는 것이 ‘불체포 특권’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나라당은 국회사무처에 사법처리 판단을 미루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의 최루탄 사건에 대해 “여야가 그 건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 또 정쟁의 소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국회사무총장이나 의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사무처는 한나라당이 (사법처리 등을)요구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적절하지 않다”며 “국회사무처에서 국회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 적법한 경호권 발동으로 국회 경위가 (본회의장에) 들어와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기 때문에 국회사무처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기습처리한 데 대한 비판적인 국민 여론도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 김 의원을 처벌하라고 떠들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국민정서와 사법기관이 판단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헌법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는 ‘불체포 특권’이 있다. 이 때문에 12월9일까지 잡혀 있는 정기국회 기간 동안에는 김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