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오는 15일 서울에서 미국의 ‘월가(Wall Street) 점령시위’와 유사한 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선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집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진보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집회를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후보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점령 집회’와 관련해 어떤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선거운동 출정식을 치르고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이동중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행진 일정은 취소했다. 한때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농성 중인 박석운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를 찾아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박 후보측 관계자는 “‘점령 집회’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서울시장은 모든 시민과 단체들을 아우르는 자리인 만큼 후보는 정책으로 말할 뿐 집회 현장에 찾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령 집회’ 주도 단체들과 박 후보 간의 직접적인 연대가 없더라도 이번 집회가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극화와 청년실업은 이미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인 데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으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점령 집회’가 보수층에 비해 이완돼 있던 진보층이 결집하고 20∼30대 정치 무관심층이 투표장에 나가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회가 불법 시위로 변질될 경우 박 후보측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