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의 후보들이 구체성이 결여된 ‘슬로건 공약’을 내놓으면서 이번에도 정책선거가 아닌 ‘정치선거’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범야권 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제시한 공약에는 재원조달 계획과 추진 일정 등이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방선거가 지역 살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 간 ‘전초전’이 거론되는가 하면, 후보들 사이에선 이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 후보는 강·남북 복지혜택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강조하면서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강북지역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연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힐 때에도 투기조장 우려, 자치구 간의 마찰 등 부작용에 대한 해법은 빠져 있었다. 경쟁 후보의 이념 문제를 거론하며 정책 비판보다 ‘색깔론’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박원순 후보에 대해 “촛불사태를 선동했고 이념이 불분명하며 검증이 안 된 불안정한 후보다. 서울시정을 길거리 운동세력의 실험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박 후보의 공약이 뭘 하지 말자, 그만두자 이런 것에 그쳤던 게 참 아쉬웠다”며 “흑색선전, 비방 등 네거티브는 지양해야겠지만 당에서 얘기하는 것은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박 후보 역시 후보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민주당 등 정당과 시민사회진영이 함께 만든 공동 공약을 내놨지만 본인이 직접 제안한 공약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야권 공동 공약도 ▲보편적 복지예산 확대 ▲영세 소상공인 보호 ▲공공 무상보육 실현과 아동수당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추진 등 큰 틀의 방향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엔 한강 수중보 철거를 거론했다가 “확정된 정책 및 공약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실정은 비판하고, 그것을 넘어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나에 대해) 촛불시위를 주동했다든지 하는 이런 근거 없는 말을 하고 다니는 건 음해”라고 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