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4일 11시 22분 주문 읽어…그 즉시 대통령직 상실
“비상 계엄, 실체적 요건에 맞지 않아”
“국회를 배제 대상으로 봐…민주주의 위배”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8인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했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 전 대통령은 1060일, 약 2년 11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이날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주문을 읽었다. 이에 따라 이날 11시 22분부터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한다.

주문을 읽기에 앞서 문 대행은 약 20여 분에 걸쳐 12·3 비상계엄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11시부터 결정문 낭독을 시작했다. 문 대행은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곤란해야 가능하다”라면서 “국회 권한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피청구인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 행사로 막을 수 있으므로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전엔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을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거나 공포를 보류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2025년 예산안도 본회의 의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헌재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대행은 “중앙선관위는 22대 국회 선거 전에 보완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하였다고 발표했으며 사전 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뉴시스

국민에게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호소용 계엄이란 주장도 반박했다. 문 대행은 “피청구인은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라고 하지만 이는 계엄법이 정한 목적이 아니”라며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 동원해 국회 행사 방해하는 헌법 및 법률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용 계엄이라는 피청구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거한 상태에서 정부의 뜻대로 정책 진행이 어려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느끼게 됐을 거란 점은 인정했다.

다만,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공적 의사 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행은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 타협을 통하여 결론 도출 노력해야 하고, 피청구인 역시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해야 한다”라면서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주의 전제를 허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진입하는 군인들. 연합뉴스

이어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문 대행은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선택 배제해선 안 됐다”라면서 “그런데 피청구인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행은 “피청구인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라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 권한 훼손하고 기본적 인권 침해해 헌법 수호 저버리고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라며 “피청구인의 계엄 선포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인정된다”라며 윤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