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비 예비비 등 삭감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출범 이후 입법 폭주를 감행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증액 사업이 반영되지 않은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극단적인 정치 대립이 지속되면서 나라의 한 해 살림마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거대 야당이 일방 처리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이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헌법 57조에 따라 국회가 증액이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편성하려면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 없는 국회 권한이다. 정부의 ‘비상금’인 예비비가 4조8000억 원에서 2조4000억 원으로 깎였고, 대통령 비서실과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됐다.

예비비는 재해·재난 등 사용 목적을 정한 ‘목적 예비비’와 그 외 임시 용도로 사용되는 ‘일반 예비비’로 나뉜다. 민주당은 목적 예비비 중 1조 원을 깎고 1조6000억 원만 남겼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처리하며 1조 원 이상을 고교 및 5세 무상교육 예산으로 써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명시했다. 여권에서는 “‘꼼수’로 증액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예비비 1조8000억 원 등 총 2조1000억 원을 복원해달라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민주당이 요청한 증액 사업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 4000억 원 등 총 9000억 원을 증액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요청한 2조1000억 원 규모의 예산 복원에 상응하는 증액이 필요하다고 고집해 합의가 무산됐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