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뒤에도 줄탄핵 가능성
중도층 민심 감안 실행 미지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3건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헌법재판소가 4일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기 전에 결론을 내린 9건의 탄핵안은 모두 기각됐다. 민주당은 ‘9전 9패’라는 비판에도 이미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안은 본회의 표결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민주당의 줄탄핵이 계속될 여지는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헌재 심리를 받은 탄핵안은 13건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을 포함해 10건의 결과가 나왔고,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을 제외한 9건은 모두 기각됐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공직자 13명은 평균적으로 5개월 넘게 직무에서 배제됐다. 헌재가 진행한 탄핵심판 13건의 평균 변론 횟수는 2.46회에 불과하다. 11차례 변론을 진행했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제외하면, 평균 변론 횟수는 1.75회로 줄어든다.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초래됐지만, 두 차례 넘게 변론을 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안이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줄탄핵이 ‘졸속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헌법수호를 근거로 한 권한대행 재탄핵 카드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 한 권한대행이 불참한 것에도 크게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고의로 위반하며 내란 수사를 방해하고 경제 위기와 헌정 붕괴 위기를 키웠다”며 “막중한 범죄 행위와 국회 무시,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는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을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줄탄핵으로 중도층의 민심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재탄핵을 현실화하는 건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최 부총리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상태라 민주당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최 부총리 탄핵안을 표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고, 미국이 상호관세 폭탄을 투하한 상황에서 경제 수장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 탄핵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 조사를 계속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