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사진 연합뉴스.

교수직 재임용을 위해 필요한 논문 대신 ‘논문 게재예정 증명서’를 낸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대학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청심사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교수는 2015년 가톨릭대 부교수로 임용됐으나 2022년 2월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재임용 요건인 ‘단독논문 기준 국내 A급 이상 7편’ 중 6편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A 교수는 바로 다음 달 논문 2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임용 만료일인 2022년 2월 28일 게재예정 증명서를 발급받아 교무처에 제출했으나 대학 측은 그를 퇴직 처리했다. A 교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곧이어 "대학 측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대학의 재임용 거부는 정당하다며 A 교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용 만료일에 제출한 게재예정 증명서만으로는 연구실적물로 인정할 수 없어 필수학술논문 발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재임용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임기만료 전부터 연구를 수행해 온 사실을 실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은 2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 재판부는 "해당 기준은 연구실적을 평가하는 기본적, 핵심적 요소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건전한 지식·인격의 신장을 목표로 해 학문연구 결과 등을 전수하고 그들을 지도하며 가르치는 대학교육의 본질과 교원의 역할에 부합하는 심사요소"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게재예정 증명서만으로는) 구체적 논문 내용을 알 수 없다"며 "4편에 대해서는 학술가치 등을 심사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는데, 이는 대학이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가 임용 만료일에야 게재예정 증명서만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