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목표 2%대로 하향
수요둔화 인정 내수진작 무게
딥시크 돌풍 R&D투자 10%↑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미·중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잡고 재정적자율을 역대 최고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늘리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회의 개막식에서 한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2023년, 2024년과 같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리 총리는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에 대해 “취업 안정과 리스크 방지, 민생 개선의 필요”라며 “중장기 발전 목표와 결합해 어려움을 뛰어넘고 분발하는 뚜렷한 방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재정적자율을 역대 최고인 GDP의 4%로 확대했다. 재정 지출을 늘려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전개해 재정정책이 더욱 강력해지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는 약 2%로 세웠다. CPI 목표치를 기존 3%에서 2%대로 하향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으로, 사실상 수요 둔화를 인정한 셈이다. 리 총리는 “CPI 상승률이 2% 안팎인 것은 각종 정책과 개혁이 함께 작용해 수요·공급 관계를 개선하고 전반적 가격 수준을 합리적 범위 내에 두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물가 하향 조정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요 둔화를 인정하면서 보다 본격적인 내수 진작과 물가 회복 전략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리 총리는 “적당히 완화된 통화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며 “적시에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하고 사회 융자 규모와 통화 공급량 증가가 경제성장 예상 목표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민영경제촉진법을 잘 이행해 금융 등 기업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최근 딥시크(DeepSeek) 돌풍 속 인공지능(AI)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더욱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술 인재 구축을 가속화하고 고급 기술 인력 양성을 더욱 늘리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재정부 보고에 따르면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 대비 10% 늘어난다.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최근 2년간과 동일한 7.2%로 설정됐다. 4년 연속 7%대 증가율로, 미국에 맞서 군비 확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유엔,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등 다자기구에 적극 참여해 무역 협력을 심화하고, 한·중·일 자유무역지역을 지속 추진하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