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일그러진 선관위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인 2월 27일 오전 경기 과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 교통안전 반사경에 선관위 건물이 비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조기대선 가시화… 또 고질병

시·도 실무 담당자들 대거 이탈
2022년 대선의 해 204명 ‘최다’

경력채용 비리통로 지목됐는데
선관위는 “공채 늘려 보완”해명

이르면 5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선거 준비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 내 휴직자 수가 지난달 말까지 총 133명에 달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대량 휴직 사태가 발생하는 ‘선관위 고질병’이 재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2022년에도 휴직자가 급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조계에서는 “선거를 관리하는 게 헌법상 책무인 선관위에서 선거 업무를 회피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이 이날 선관위로부터 받은 ‘직원 월별 휴직 현황’에 따르면 육아휴직과 질병 휴직 등을 포함해 올 2월 휴직자는 총 133명이었다. 이 중 중앙선관위 휴직자는 19명이었고, 시도선관위 휴직자는 114명이었다. 선거 준비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시도 직원들이 상당수 이탈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 두 달간 동안 휴직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선관위가 1∼2월간 휴직을 승인한 직원은 51명으로, 대부분은 육아휴직과 질병 휴직이었다.

선관위 내부에선 이르면 5월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선거 준비를 앞두고 휴직자가 더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올 2월까지 총 휴직자 수는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몰렸던 당시 133명과 같은 수치다. 당시에도 휴직자가 선거 반년 전에 비해 선거 당해 25% 이상 늘어나면서 업무 차질 문제 등이 제기됐었다.

선관위 직원들이 주요 선거 때마다 대량 휴직하는 문제는 최근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는 직전연도 휴직자가 122명이었다가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158명까지 늘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겹쳐 ‘선거의 해’로 불린 2022년에는 3월 대선 직전 휴직자 수가 20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선 1년 전만 하더라도 휴직자가 89명이었는데 선거 준비가 본격 진행되는 시기에 휴직자가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 앞두고서도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이 몰리며 170명에 달했다.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에서 특혜 채용의 통로로 지적된 ‘경력채용’을 선거철마다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상당한 휴직자가 발생했고, 결원을 충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관위 내부에서는 꼼수 휴직에 대한 뚜렷한 대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는 2023년 선거를 앞두고 휴직을 사용할 경우, 복직 시 원소속이 아닌 타 지역 선관위로 발령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나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휴직자가 발생할 경우 공개채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논란도 예상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을 막을 수는 없다”며 “공개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내부의 문제를 바로잡는 대신에 오히려 채용 인원을 늘린다는 것은 계속 방만 경영을 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