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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등은 납품 일시중단
MBK, 경쟁력 약화 ‘책임론’

“우리 회사가 기업회생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아직도 별다른 공지가 없어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사진). 본사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소식에 매장 직원과 입점 업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매대를 정리하던 직원 A 씨는 “(기업회생) 소식을 들었던 당일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이튿날부터 가전제품을 팔면 다시 취소된다거나 앞으로 상품이 잘 안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대 잡화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일부 입점 업체가 1월 매출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공지도 없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일부 대기업이 제품 납품을 일시 중단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e커머스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로부터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막대한 차입금으로 회사를 인수한 후 빚을 갚는 데만 몰두해 오히려 회사 경쟁력을 약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부터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 출하를 일시 정지한 상태다. 다만 매장별로 재고 상황에 따라 제품이 판매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협력사들도 홈플러스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중단할지 등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상거래 채권은 보호되며, 매장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MBK가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빠르게 마련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사모펀드인 MBK가 유통산업에 대한 헤리티지(유산) 없이 유행만 좇다가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을 예견하지 못한 결과”라며 “대형마트 산업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내수시장 부진에 엄청난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 싸움인데, MBK가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덩치를 줄여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납품업체에 불안감이 번져 상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