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의료진들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닥터헬기에 태우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 의료개혁 완성 시급하다-上 무너지는 지역 응급의료

응급전문의 배출 예년의 20%
“사명감·헌신에만 기댈수 없다”
정부, 탑승 전문의 대상 늘리고
대기수당 도입 등 제도적 보완

필수의료 의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닥터헬기’에 반드시 타야 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몸값이 비수도권에선 6억 원대까지 치솟자 구인난과 비용 부담 탓에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경제 논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닥터헬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외상 등 ‘시간 민감성’ 응급환자와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사들 사명감과 헌신에만 기댈 수 없는 만큼 닥터헬기 탑승 전문의 대상을 넓히고, 대기수당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닥터헬기는 강원·경기·경북·인천·전남·전북·제주·충남 등 8개 권역에서 운영 중이다. 이 중 절반인 4곳의 이송 건수는 4∼5년 전부터 구조적인 감소세를 겪고 있다. A 권역의 경우 2020년 161건을 기록한 후 매년 감소했다. C 권역도 2021년(196건) 이후 매년 줄었다. D 권역 이송 건수는 2020년 117건에서 지난해 54건으로 반 토막 났다. 의정 갈등은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A·B·C·D 권역 닥터헬기 이송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82.3%, 82.2%, 68.7%, 43.8% 급감했다.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제도 도입 당시(2011년)보다 의사 몸값이 서너 배 치솟은 상황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구인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예년(150여 명)의 20% 수준인 28명 배출됐다. 몸값은 천정부지다. 최근 비수도권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6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충청 지역에선 5억 원을 돌파했다. 홍원표 중앙응급의료센터 닥터헬기현장이송팀장은 “의사 몸값은 높아졌고 전문의 충원이 힘들어지면서 의료기관이 닥터헬기를 유지·대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의사 부족 현상도 주효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수도권·비수도권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각각 1344명, 1106명이다. C권역응급 의료센터 관계자는 “지역에선 수도권에 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 자체가 부족하다”며 “지난해 전공의 집단 이탈 탓에 응급실 의료 인력 여유가 줄면서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군 범위도 줄었다”고 말했다.

닥터헬기 이송이 차질을 빚으면 중증외상, 심뇌혈관 응급환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복지부는 1분기 내 닥터헬기 탑승 전문의 범위를 응급의학과에서 외상외과 등 다른 진료과로 확대하도록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탑승수당에 이어 대기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탑승 인력을 위한 인건비 17억 원을 증액하려 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내에 닥터헬기가 없거나 지역이 넓은 2개 권역에 닥터헬기를 추가 배치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홍 팀장은 “의료진 사명감에 기대기보다는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