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소환 전례없어
즉각 조사 임하지 않을듯
‘관저 정치’ 나설 가능성도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 권한’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수사·탄핵 심판은 늦추고 극우·보수 세력은 결집하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변호인 선임 미비’를 내세우며 검찰의 전날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 2차 소환 통보를 하고, 공조수사본부도 오는 18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전례가 없는 점, 변호인 추가 선임 등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점 등을 내세우며 즉각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검·경이 경쟁적으로 소환 통보를 하고, 여론이 악화하는 점은 윤 대통령의 부담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헌법재판소 심리와 검·경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 행위가 아닌 것을 내란 혐의로 수사·탄핵 심판하는 것 자체가 되레 위헌적이라는 법리를 강하게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극우·보수 결집에 노골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헌재 탄핵 심판 심리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론 심판의 성격도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탄핵에 나섰던 윤 대통령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국민 여론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전인 12일에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에는 “저를 향한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관저 정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다수인 친윤(친윤석열)계 등을 통해 물밑에서 향후 꾸려질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재명 대권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내 공통의 이해관계를 건드려 ‘헌법상 권한남용 위헌 세력은 야당’이라는 공세적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