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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들어 상향추세 꺾여
외국인 비중 10년새 9%→25%

국내에서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례가 누적으로 약 2만 명에 달한다. 한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HIV 감염에 의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발병은 이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기대수명을 다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백신 개발로 예방도 가능하게 됐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AIDS 발병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85년이다. 한 20대 남성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HIV가 인체에 침입해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등 인체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 AIDS다. 이후 국내 HIV 누적 감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974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만6467명이 생존해 있다. 첫 발병 보고 이후 2010년대까지 우상향 추세를 보이던 HIV 신규 감염 사례는 2020년대 들어서면서 상향 추세가 꺾였다. 2017년 1190명, 2018년 1206명을 거쳐 2019년 1223명까지 늘어났던 연간 신규 감염 사례는 △2020년 1014명 △2021년 975명 △2022년 1066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1005명을 기록했다. 다만 질병청은 “최근 수년 사이 전체 감염 사례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감염 사례 중 외국인 비중은 2014년 9.2%였으나 2018년 18.0%를 거쳐 2023년에는 25.5%로 늘었다.

HIV 감염자가 모두 AIDS 환자인 것은 아니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이후 질병의 단계에 따라 HIV 감염인과 AIDS 환자로 나뉜다. HIV는 인체의 면역세포 중 ‘CD4＋T 세포’를 감염·파괴한다. 정상인의 혈액 1㏄당 CD4＋T 세포는 약 1000∼1500개 정도이지만 이 수치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정상인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못하는 미생물에 의해서도 감염병이 발생하는 ‘기회감염’ 상태에 이르면 AIDS 환자가 된다.

따라서 HIV 감염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통해 AIDS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HIV 감염에 대한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CD4+T 세포 수를 높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HIV 감염인이 실명으로 보건소에 신고하면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에 HIV 백신 레나카파비르 개발로 인해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치료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선은 예방이다. 질병청 측은 “HIV·AIDS 예방을 위해 일상에서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을 피할 것”이라며 “신규 감염 감소에 중요한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검사받고, 양성인 경우 즉시 치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