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민호

■ 전문가들 “특권 개선” 쓴소리

“의원들 신분·활동 보장 위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 만들어져
민주주의 정착한 요즘 불필요”

“개헌 통한 전면폐지 어려우면
체포안 기준 완화부터 논의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잇따라 부결되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사실상 의원 개인 비리와 관련해 ‘방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의정활동의 독립성 보장 기능을 했던 불체포특권이 과도한 특권으로 전락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체포특권은 독재 국가에서 의원의 신분과 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로 생겨났지만, 자유민주주의 정치 문화가 정착되고 법원의 구속영장심사 등 사법 시스템이 정비된 상황에서 의원의 신분을 지켜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범죄 혐의 수사나 구속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체포특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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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수사 회피 목적 등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권한이어서 헌법 개정 없이는 전면적으로 폐지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불체포특권 폐지 또는 그에 준하는 개선을 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헌법상 체포동의안 동의 기준 의원 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1 따위로 하거나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동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결로 보는 방안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민호 교수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게 타당하지만, 헌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불체포특권을 남용해서 쓸 경우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