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2일(현지시간) 사살된 북한군의 위조 신분증(위 사진)과 시신(아래)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군 위조 신분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분증에는 한글(빨간 점선 원안)로 ‘조철호(왼쪽부터)’, ‘반국진’, ‘리대혁’이라는 이름이 자필로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북한군 3명을 이날 쿠르스크 전선에서 교전 중 사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군 "쿠르스크에서 사살 북한군 병사 품에서 발견"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허망하게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손편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것이라면서 한 장의 구겨진 손편지를 공개했다.

볼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저의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인 송지명 동무의…건강하길 진정으로 바라며 생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

편지에 적힌 날짜는 이달 9일이다. 전장에 함께 투입된 전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써 놓고 전달하지 못한 편지이거나 초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전사령부는 편지를 쓴 주인공이 누군지와 관련, 병사가 지니고 있던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정경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군 병사가 품고 있던 손편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특수전사령부는 "이건 노획한 공책의 항목 중 해독된 일부다. (공책의) 다른 항목의 번역이 진행 중이고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를 축하하려는데 파티를 여는 대신 남의 땅에서 기관총을 들고 참호를 판다면 촛불 꽂힌 케이크가 우크라이나산 5.56구경 납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수행 중이며, 1만1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도 대부분도 이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군 일부가 이달부터 전투에 투입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군 병사들은 뻥 뚫린 개활지에서의 전투, 살상용 드론 등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의 수가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쓰기도 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