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 5명중 1명 ‘반기’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 일각”
이재명 사퇴론 목소리 커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 중 1명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사실상 ‘동의·묵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8일 당은 격랑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리더십 붕괴 직전으로 내몰린 이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민주당 동일체론’에 대한 당내 불안감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단일대오’ 해체 시기를 고심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표결 하루 뒤인 이날 민주당 내부에선 31∼38표로 추산되는 대규모 이탈표 발생 결과 “피아식별 구분이 불분명해졌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치러진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집계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169명)이 표결에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내부에서만 최소 31명이 이탈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 이탈표가 없을 경우를 가정해 찬성표 최대치는 121표(국민의힘 114, 정의당 6, 시대전환 1)로 예상됐으나 실제 이보다 18표가 더 많았다. 기권·무효표를 합산한 전체 이탈표는 민주당 성향에서만 최대 38표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친명(친이재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된 이 대표는 다시 민생 행보에 집중,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찾아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필요성을 촉구했다. 비명계로부터 제기된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고, 당내 갈등 수습 주체인 대표로서 의연한 모습을 되찾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오후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해 지도부와 표결 결과를 놓고 향후 대책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표결 직후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부결 이후 정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은 그간 “이재명이 곧 민주당”이라는 동일체론을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단일대오’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잠재돼 있던 비명계의 불만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기류에 대한 당내 회의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당장 비명계를 중심으로 현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우려와 더불어 이 대표가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사퇴 시점에 대해선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교섭단체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어제 표결은) 계란으로 바위가 깨진 것”이라며 “민주당의 가장 큰 위기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포스트 이재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