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감식반 투입' 대구 변호사사무실 화재현장 연합뉴스

지난 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용의자 천 모 씨가 범행 직전 다른 민사 재판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패소에 대한 분노가 천 씨 방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민사2부는 지난 9일 오전 10시 천 씨가 한 부동산 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5억9000여만 원을 돌려달라는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천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천 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해당 회사가 천 씨에게 지급할 채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범행 전날인 8일에는 형사사건으로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천 씨는 재판이 끝난 지 불과 1시간이 지나지 않은 9일 오전 10시 53분쯤 우정법원빌딩 203호를 찾아가 불을 질렀다.

천 씨가 불을 내기 전 피해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렀을 정황도 나오고 있다. 방화 현장인 203호 사무실 내에는 다량의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채 발견된 김 모 변호사와 박 모 사무장은 모두 복부와 옆구리 등에 날카로운 물체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사무실 출입문 안쪽에서 등산용 칼도 발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칼의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숨진 사망자 7명의 사인이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이 나왔다. 사망자 중 2명에게서 흉기에 찔린 상처(자상)도 발견됐지만, 이는 직접적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도 추가됐다. 앞서 경찰은 불이 난 203호 사무실 현장 감식으로 확보한 연소 잔류물을 감정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방화 용의자 천모(53)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