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現 정부조직대로 조각”

“효율적·유능한 정부 위한 선택”
개편후 인선땐 1개월 이상 소요
“처음부터 후퇴 안돼” 반론에도
출범전 강경대치땐 피로감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정부 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연기한 것은 자칫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새 정부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72석인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선(先) 정부조직개편 후(後) 장관 인선’을 고집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겼다.

인수위는 새 정부 첫 내각은 일단 현 정부 조직편제대로 구성한 뒤 장관 인선을 단행하기로 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하고자 하는 조금 더 효율적이고 유능한 정부가 되기 위한 정부조직법 하고 (장관 인선을) 병행해서 가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현 조직법 체계 내에서 인선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당초 4월 중순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정부 출범 뒤로 미뤘다. 개편안을 확정하려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에 반대하고 있어 이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겼다. 정부조직개편을 마치고 장관 인선을 진행하면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 주요 장관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인수위 일각에선 “처음부터 후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반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설득을 통해 국회에서 여당 반대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출범 전부터 여당과 강하게 대치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다는 주장에 결국 힘이 쏠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물가 등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부조직개편 문제에 매달리면서 국정 동력을 스스로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우선 5월 10일 0시 국무총리와 여가부 장관을 포함한 내각 인선이 완료된 상태에서 업무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후 공청회를 통한 국민·전문가 여론 수렴, 야당 협의,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통과, 인선 조정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장 실장은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부조직은 야당과 협의하고 의견 경청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