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한국발 여행객 입국제한속
예정됐던 외교장관 회담 퇴짜
中에 한국인 차별 항의했지만
왕이 “우호 노력 중” 즉답 회피
‘韓입국금지’ 21개國으로 급증

국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유럽을 방문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영국에서 퇴짜를 맞았다. 영국 외교장관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회담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강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도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철회 약속을 얻어내지 못하면서 정부의 외교력 부재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당초 이날 영국 런던에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라브 장관이 회담 직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연기를 선언하면서 회담은 무산됐다. 대신 강 장관은 맷 핸콕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한·영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으로,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영국이 대구·청도지역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이날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전화 회담에서도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은 “과도하다”면서 해제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 왕 위원은 즉답을 피한 채 “양국 간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한·중 우호를 지속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따라 강 장관의 리더십과 문재인 정부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가 21개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21개국으로 급증했지만 강 장관은 중국에 ‘거부’당하고 영국에서 ‘홀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 출국, 영국 방문에 앞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했으며 25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