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10) 현장 규제에 한발짝도 못나가는 핀테크

전화통화 도중 결제하는 기술
‘비밀번호 입력’ 장벽에 막혀
결국 QR코드결제로 사업전환

당국 규제완화 현장선 못느껴
“핀테크 업체 금융권 진출해도
기존 금융사들 곁다리사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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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창업한 핀테크 업체 ‘마더테란’의 양성홍(37)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두 번이나 바꿨다. 규제 탓이었다.

양 대표는 2015년 11월 전화통화 중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창업했지만, 전화 상담원이 보낸 푸시 메시지로는 고객 비밀번호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제 탓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방식 개발로 선회했다. 양 대표는 관련 기술 개발로 특허만 6개를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QR코드 결제 방식 쪽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했다.

양 대표는 “금융당국이 찍는 방식의 결제 방식도 반드시 창을 열어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찍는 결제를 하는 이유가 간편함인데 누가 창을 열어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하겠냐”면서 사업을 전환한 이유를 설명했다. 양 대표는 현재 NFC 결제 방식 개발에 들어간 10여억 원을 갚기 위해 매달 500여만 원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에는 이처럼 혁신을 막아 세우는 동맥경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규제 속 규제로 핀테크 업체 등 중소·벤처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고 지원 기관 간 칸막이 지원 등은 정책금융 지원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기업경영과 시장에 개입하는 그림자규제도 계속되면서 소리만 요란한 금융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 규제 완화를 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제 규제가 풀렸으면 핀테크 업체가 결제 등 금융의 본 분야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권에 진출해도 기존 금융사의 애플리케이션에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 금융상품 소개 등 곁다리 사업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당국도 여전히 핀테크 육성보단 보안 쪽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면서 “간편 결제 방식에서 6자리 비밀번호를 눌러 확인하는 방법이 아닌 다양한 간소화 방법이 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은 이런 방법에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규모가 확대됐지만, 실제 당사자가 느끼는 지원 문턱은 높다. 기관마다 비슷한 정책금융 지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선정기준과 지원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A 벤처 기업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도 정책금융 자금 지원 기관인데 신보에서 추천을 받으면 벤처기업으로 추천을 받지 못하더라”면서 “기관이 바뀌면 모든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에 흩어진 지원을 모아서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 조달이 가능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초기 벤처기업의 경우 돈을 융통 받을 수 있는 길이 정부밖에 없다. 지원 방식도 대부분 투자가 아닌 보증·대출로 신생기업으로서는 상환 부담이 크다.

계속되고 있는 그림자 규제도 금융혁신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선동(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 포함된 69개 세부 과제 중 절반 이상인 36개가 규제 강화인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과제가 18개(26.1%)이며, 모범규준이나 가이드라인 제정 등 그림자 규제를 동반하는 세부 과제도 18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금융 행정지도는 금융위 소관이 12건, 금융감독원 소관이 27건으로 총 39건에 달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