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꽃으로 수놓은 ‘성공기원’ 독일 베를린에서 할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여행 온 독일인 청년이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화환 기념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비핵화 의제’ 첫 정식 상정
비핵화 진전·美 상응조치‘조율’

北서 제시할만한 실천 조치로
ICBM 등 핵리스트 신고 거론
NPT 복귀의사도‘진전된 조치’

‘완전한 비핵화’재확인 그칠땐
‘실패한 정상회담’평가 나올듯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남북 정상회담 중에는 처음으로 ‘비핵화 의제’가 정식 상정된 이번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진전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율할 예정이다.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래의 핵’ 포기 의사 외에도 추가적 조치를 제시할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판문점 선언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되풀이한다면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더 진전된 수준에서 ‘현재의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약속한다면 연내 남·북·미(·중) 종전선언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비핵화 의제와 관련, “이번 회담의 중요한 특징은 비핵화 의제가 들어 있다는 것”이라며 “북측의 진전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과거와 달리 비핵화 의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수석 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하고,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리스트) 신고·검증을 (북측에) 요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정상이 솔직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상당한 역할과 (협상 돌파구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제시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핵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시설 신고 등 ‘현재의 핵’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석 협상가’라고 칭한 문 대통령의 중재 결과를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서 ‘현재의 핵’, 즉 기존 핵무기 신고 및 폐기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 번 북·미 양 정상 간의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북한이 제안할 수 있는 ‘현재의 핵’에 대한 조치로는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시설에 대한 신고가 우선 거론된다. 북한이 1990년대 1차 핵위기 당시 탈퇴했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의사를 밝히는 것도 진정성 있는 조치로 인정될 수 있다. 북한이 이 같은 전향적 제안을 내놓는다면, 문 대통령이 연말까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단순 핵 신고만으로는 종전선언을 채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 때와 같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만 재확인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실패”라며 “핵 신고도 비핵화 과정에서 초기 중의 초기 조치에 불과하니, 북한의 NPT 복귀 의사를 확인해야 비핵화 의제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