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들, 한반도 역할론 주장
“비핵화·평화체제 나란히 가야”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을 겨냥해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로 인해 미국은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깨달았을 것이라면서 ‘중국 역할론’을 재차 언급하고 나섰다.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미·북 간 협상 교착상태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이즈잉(崔志鷹) 중국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비핵화 없이 한반도 평화체제는 만들어질 수 없으며 평화체제가 없다면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게 평화체제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두 개의 주제를 함께 다뤄야 할 때가 됐으며, 이 두 가지가 나란히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이 주임은 또 그동안 미·북 간 협상 교착 상태는 미국의 중국 무시 태도 때문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미·북 대화 교착은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채 북한과 협상하려고 했던 게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깨달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역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압박 일변도 자세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어깨에 ‘대북 압력’이라는 책임을 올려놔서는 안 되며 미국이 스스로 더 많은 (긍정적) 반응을 보여야 한다”며 “고강도 압력과 위협적인 자세는 북한에 소용이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비핵화 압박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 추진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한 셈이다.

한편 펑황왕(鳳凰網)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4대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경제계 인사가 동행하는 점을 주목했다. 펑황왕은 “이번 평양행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 등이 함께 간다”며 “이들의 동행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