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곤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지도부 주도 대책회의 ‘0’
비박 “이정현 지휘는커녕
靑하명 기다리며 역풍 자초”

黨·靑 위기극복 능력 없고
사퇴하겠다는 인사도 없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박근혜정부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지만, 친박(친박근혜) 일색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계 의원들은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4·13 총선 공천이나 당권 경쟁에서 보여준 단결력과 투쟁력은 아예 기대하기 어렵고 당의 주류로서 책임지는 모습이나 수습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28일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못했다. 계파별 의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개탄하는 모습만 더러 목격됐다. 한 친박계 의원은 “회의를 열어도 따로 논의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의혹사건이 청와대와 여권을 강타하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무능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번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당사에 상주하면서 상황을 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휘는커녕, 당사에서 청와대 하명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앞서 국감 보이콧 및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역풍을 맞았던 이 대표를 가리켜 “또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고 한 초선 의원은 비꼬았다.

이 대표의 사퇴를 거론하는 목소리는 이미 확산일로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는 벌써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진영에서는 “비박들이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펼칠 뿐, 당을 위기에서 구할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친박 진영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대책 없는 정치공략”이라고 반박했을 뿐 총대를 메겠다고 나서는 의원은 없는 실정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그렇게 박 대통령을 사랑했던 친박들인데, 금배지 떼고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돕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이날 열린 이원종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결심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정연국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이 숙고하고 계신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도 현 상황에 대해 주도적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민정수석 등은 박 대통령이 결심하기 전에 사의를 표명해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올바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