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與 혼란… 경제 정책 표류
野추진 기업규제 쏟아질까 우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정치·사회 등 사회 전 분야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경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갈수록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돌발악재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 경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야당이 추진해온 법인세 인상과 함께 각종 기업규제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1회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지금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며 “정치·사회 불안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영향을 줄 경우 고용과 국민 생활에 걷잡을 수 없는 부정적 결과가 올 수 있는 만큼 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는 각오로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사회 혼란에 편승한 불법쟁의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권력 이완현상이나 무시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최순실 의혹사건으로 정부가 국가 경제의 구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부처 장관들이 중심을 잡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 전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다 보니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어렵고 소비 심리마저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정국이 혼란한 상황이라도 경제는 계속 굴러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 가장 힘든 부분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아직 안 잡힌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정책 방향이 불확실하다 보니 기업들의 혼란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국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법인세 인상 등 각종 기업 관련 입법 규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에 최순실 의혹사건으로 여당 내부 분열마저 생기다 보면 야당이 밀어붙이는 법인세 인상 등 기업 규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세 부담마저 높아진다면 기업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점도 재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계의 중의를 모아 전향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의 특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최순실 의혹사건으로 반(反)기업정서가 강화돼 기업들이 이중삼중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전경련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남석·박준우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