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두 재단 모금개입’주장

모금 구체적 정황 제기된건 처음
문화·체육계서도 같은 증언 나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에게 직접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문화·체육 분야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동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재단 설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 재벌 회장을 부른 일부 정황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구체적 근거나 출처 등을 밝히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기업인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주시고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관저로 재벌 회장을 따로 불렀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은 관저로 재벌 총수를 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재단 설립 경과와 관련, “문화, 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큰 틀에서 문화, 체육 분야 지원을 요청한 것이고 구체적인 사업은 전경련이 진행했다는 취지다.

청와대의 반박과 달리 문화계 및 체육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련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문화계 주요 인사는 27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업무를 맡았던 그는 “재단이 설립되기 얼마 전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화, 스포츠와 관련한 재단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당시 참석했던 대다수의 대기업 회장들이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라며 어리둥절했는데, 눈치 빠른 한 대기업 회장이 박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해 그 자리 이후 ‘돈을 모아야 하는 일’이라고 다른 회장들에게 설명, 자금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이라 한다”고 전했다.

다른 대기업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사례로 ‘별도 전화통화’를 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 구상을 밝힌 이후에도 별도로 직접 전화를 걸어 모종의 논의를 했으며 이는 재단 출연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병채·이후연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