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개인 비리’ 수사로 출발
靑 시스템도 헤집어야할 판
檢 수사로 밝혀질지 물음표

박근혜정권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 씨가 청와대를 통해 대학입시 정보부터 부동산 개발 정보까지 문건으로 받아봤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내용도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의혹이라는 ‘최순실 개인 비리’ 수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청와대 운영 시스템 전반을 검찰이 헤집어야 할 판이다. 검찰이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도록 했음에도 모든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TV조선에 따르면, 최 씨는 2014년 4월 29일에 청와대에서 작성된 ‘체육 특기자 입시 비리 근절 방안’을 작성 당일에 팩스로 받았다. 최 씨가 체육 특기자 전형 관련 대학입시 개선 방안을 받았던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는 고교 3학년생이었다. 해당 대입 개선안은 2016학년도부터 적용되는 것이어서 2015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정 씨에게 직접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고3 학부모’였던 최 씨가 다른 입시 정보도 사전에 입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 씨가 고교 재학 때부터 대회 출전을 이유로 학교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 씨는 2013년 10월에는 서승환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안’을 받았다. 이 문건은 수도권에 조성할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지로 3개 후보지 가운데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카누경기장 인근을 최고로 평가했는데, 이 일대는 최 씨가 소유했던 하남시 신장동 카페촌 2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이다. 최 씨는 2008년에 샀던 해당 상가를 지난해 팔아 18억 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정보’들이 보안이 생명인 청와대를 통해 최 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나랏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만든 보고서가 ‘민간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는 허탈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