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터뷰서 첫 모습 공개

시종일관 “모른다, 아니다”
‘연설문 유출’ 外 의혹 부인
“몸이 안좋아” 자진입국 거부

잠적 아닌 독일 체류 확인
범죄인 인도·여권 무효화 등
‘의지’있으면 송환 가능할 듯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부인하고 나섰다. 특히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청와대 문서를 받아본 적은 있다면서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인사안, 국무회의 자료 등 국정 개입과 관련한 결정적 증거가 들어 있는 태블릿PC는 본인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독일로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는 언론에 처음 공개적으로 등장,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밝힌 내용 중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하는 ‘오리발’ 작전을 펴고 있다. 이는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을 염두에 두고 물증이 확실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부분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블릿PC가 최 씨 명의가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회사 명의인 점을 악용, PC의 소유 여부와 취득 경위로 논점을 옮기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27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당선 전후에 연설문 등을 일부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 외에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다. 연설문은 대선 당시 국가 기밀인지 모르고 고쳤고, 청와대의 자료는 당선 직후 이메일로 받아 봤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태블릿PC에 대해서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 줄도 모른다”며 “제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남의 PC 보고 보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어 비선 실세 의혹, 청와대 관계자와의 만남,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및 기금 유용 등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최 씨는 인터뷰에서 입국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자진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사법당국은 최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언론도 최 씨의 행방을 알고 있는 상황인데 사법당국이 소재 파악을 못해 강제송환을 못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 아래 검찰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입국과 관련해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며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입국 불가 사유로 최 씨는 본인 건강 문제와 딸 정유라(20) 씨의 심경 변화 등을 거론했지만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핑계로 보인다. 특히 최 씨는 독일의 ‘비덱스포츠’ 산하에 14개의 다른 법인을 만드는 등 단순 도피가 아닌 이주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수사당국은 국내에 수천억 원대 재산을 갖고 있는 자산가인 최 씨가 외국에 오래 체류할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최 씨가 건강을 핑계로 자진입국을 거부하는 발언을 함에 따라 법에 따라 송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26일에 이어 이날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최 씨 송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소재를 파악해서 형사 사법 공조를 통해 국내로 송환하는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독일에 정식 범죄인 인도청구를 전제로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를 통해 최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병기 mingming@munhwa.com·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