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일부 청와대 문건이 사전에 최 씨에게 유출된 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자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최 씨가 남북관계나 대일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사태에 대해 ‘또 하나의 비서실’이 한국을 뒤흔들었다며 박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강해지고 있어 정권이 약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교도통신은 지난해 말 타결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최종 합의에 대해서도 “최 씨가 외교에도 간섭한 의혹이 있어 합의 이행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27일 최순실 의혹사건에 대해 “북한이나 일본, 미국에 대한 외교 등 여론의 지지가 중요한 정책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 씨가 청와대 측으로부터 사전에 건네받은 자료 중 일본이나 북한에 대한 외교 정책 관련 자료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한 지적이다. 특히 도쿄(東京)신문은 2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서의 외부 유출을 금지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스스로 위반한 것으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며 박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AP통신은 지난 25일 공직에 있지 않은 민간인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에 비공식적으로 관여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박 대통령이 미스터리한 여성과 친밀한 관계인 것을 인정하는 놀라운 공개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즉각 이를 최순실 의혹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라면서 일제히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25%로 추락하는 등 정치적 궁지에 몰리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1912~1994) 목사와도 이상한 소문이 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