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향수에 ‘기름 부은’ 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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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외환시장 혼란 넘어
실물경제에도 치명타 우려
WB “무역 장벽 높이면서
올 국제 교역량 0.7%P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주식·외환시장의 혼란을 넘어 ‘보호무역주의 부활’의 형태로 발현돼 수출입 시장 등 실물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각종 국제기구와 유력 언론, 국내 무역계 모두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을 넘어 하나로 통합된 자유 시장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EU 내에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옹호자였던 영국의 부재는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은 통합 시장의 북유럽 강자들에게도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 관련 국제기구들의 지적은 더 구체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인 지난 21일 발표한 주요 20개국(G20) 무역정책 관련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실시된 보호무역조치 건수는 WTO가 감시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10월 중반에서 올해 5월 중반까지 G20국가·지역들이 도입한 새로운 무역제한조치는 모두 145건이었다. 이는 월 평균 21건으로 전년 동기 월 평균 신규 조치(17건)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일 뿐만 아니라 2009년(월 평균 19건)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또 지난 7일 세계은행(WB)은 ‘2016년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2.9%보다 0.5%포인트나 낮춘 2.4%로 수정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기도 했다. 선진국 경기 침체와 신흥국 잠재성장률 하락이 보호무역주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WB는 특히 각국의 보호무역 회귀 움직임에 따라 국제 교역량이 올해 0.7%포인트 감소하고 내년에도 0.4%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브렉시트 이전부터 우려가 제기돼 온 보호무역주의에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기름을 부은 셈이다. 또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사실상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도 ‘신(新)고립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동조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브렉시트로 인해 촉발된 금융·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을 실물 경제 악영향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주식 시장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국내 수출입 업계는 이미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장기적인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수출 환경 전망과 대응’에 따르면 지난해 협회가 수출 기업들로부터 접수한 애로사항 572건을 분석한 결과, ‘수출대상국의 무역 장벽 강화’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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