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복기 이세돌(오른쪽)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 알파고에 승리한 뒤 복기하고 있다. 구글 제공 뉴시스

- 내일 마지막 대국

알파고는 정체불명 선수
李, 정보 부족으로 3연패
허점 파악… 승리 일궈내

“알파고 불리할때 계산착오
복잡한 싸움으로 유도를”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알파고에 승리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학습했고, 알파고에 대한 적응을 마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15일의 마지막 5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해 3연패 뒤 2연승을 거두게 되면, ‘정보 비대칭’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 앞서 알파고의 능력에 대해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개월 전 판후이(樊麾) 2단과의 기보는 공개됐지만, 알파고가 급성장한 뒤의 기보는 노출되지 않았다. 반면 이세돌 9단은 이미 장단점이 다 드러났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이 일대일의 맞대결에서 상대를 모르고 싸우는 것과 알고 싸우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상대하면서 알파고를 전혀 몰랐다. 마치 농구에서 상대 팀에 키 큰 선수가 있는지 없는지, 슈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경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불공정 게임’이란 지적이 있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한 채 알파고와 맞붙었지만, 3차례의 승부를 펼친 뒤 알파고의 허점을 파악했고 정밀하게 추궁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정체불명’이었던 알파고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허를 찌르는 기가 막힌 수를 두다가도 ‘하수’처럼 엉뚱한 곳에 착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눈을 더 이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을 극찬하는 동시에 ‘2연승’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3국에서 큰 모양을 형성했지만 이세돌 9단이 내부로 침투하자 헤맸고 이를 이세돌 9단이 간파해 4국에선 같은 상황을 유도, 승기를 잡았다”며 “이세돌 9단이 3차례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송태곤 9단은 “이세돌 9단이 수순을 비틀면서 상식에서 벗어난 수를 두면서 틀을 깼다”고 밝혔다. 상식 밖의 수를 두면서 이세돌 9단과 프로바둑 기사들을 혼란케 했던 알파고에 ‘알파고식’으로 대응했다는 건 알파고에 적응했다는 뜻이다. 마지막 5국에서도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4번의 대국 중 2번째에서 가장 좋은 바둑을 뒀지만 패했고,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해 보였던 제4국에서 승리했다”며 “경기력과 상관없이 대국을 어렵게 이끌고 가 알파고가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능욱 9단은 “알파고가 앞서 있기는 하지만 이 9단은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제4국처럼 묘수를 찾아낸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