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李, 내일도 이길 것”

한국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3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4번째 대국에서 첫 승리를 거두자 외신들은 “인류를 위한 1승”, “인간의 반격” 등이란 반응을 내놓으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미권 외신들은 “4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인간이 컴퓨터를 이겼다”면서 “이세돌 9단의 13일 대국 승리는 ‘인류를 위한 1승’”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알파고의 패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서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 발견됐다는 뜻”이라면서 “이로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를 비롯한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건강보건과 로봇 산업 등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넷판은 “이날 이세돌 9단의 승부수에 알파고의 수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며 “인간이 인공지능에 반격을 가한 형국”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일류 프로기사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9단은 마이니치에 “알파고가 프로 정상급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패전을 통해 넓은 범위를 읽는 데 정밀도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약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반관영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중국 매체들은 “기계와 인간의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드디어 첫 승을 거뒀다”면서 “인류의 지혜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존엄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도 “이세돌이 ‘신의 역전’으로 인류의 존엄을 되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바둑 최고수이자 ‘세계 랭킹 1위’인 커제(柯潔) 9단은 이날 스포츠TV 대국 해설 등을 통해 “이세돌이 결국 직업 바둑 기사로서의 존엄을 일부 되찾아줬다”면서 “구글 알파고는 오늘 무기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다음(15일)에도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김리안·박준희 기자,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