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제자들의 환호 13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바둑연구소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을 TV로 지켜보던 교육생들이 이 9단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은 막연한 불안감 해소
구글은 AI로 이목 집중시켜
바둑, 글로벌 게임으로 부상

시청률도 10%… 광고 대박

15일 마지막 5국을 앞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의 진정한 최종승자는 누구일까. 이세돌이 4국에서 마침내 승리하며 이번 대결이 5연패로 끝났다면 건질 수 없었던 여러 의미를 선사했다. 전문가들은 승패를 떠나 ‘윈윈(win-win)’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학사 전공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에 따르면, AI 연구는 과거 두 번의 르네상스를 만났는데 1996년 IBM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을 때와 2011년 IBM의 또 다른 AI인 ‘왓슨’이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챔피언을 이겼을 때였다. 이번 대결은 당시를 뛰어넘을 만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크게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글은 주가를 높인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세돌은 인간이 개발한 AI에 대해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과 좌절을 한순간에 뒤집으며 인류의 창의력을 증명하고 인간 의지에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지구촌 명사’로 떠오르게 됐다. 이세돌이 3연패 하며 수세에 몰리자 모든 나라에서 대단한 응집력을 보이며 한목소리로 이세돌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이 대결이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 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13일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든 이세돌이 반격에 성공하자 구글의 나라인 미국의 AP통신과 알파고 개발자의 나라인 영국의 가디언조차 “의미 있는 1승을 거뒀다”고 타전했다.

주로 동양에 보급됐던 바둑의 저변도 크게 넓어져 ‘바둑’도 또다른 수혜자가 됐다. AI가 일찌감치 정복한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많은 게임이라 알려진 바둑은 이번 대국을 계기로 글로벌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대국의 한국어 중계권을 각 방송사에 무료로 제공해 식어가던 바둑 열기를 되살린 한국기원의 결정도 ‘신의 한 수’였다.

이번 대국을 중계한 방송사들 역시 ‘숨은 승자’다. 별도의 중계권료는 내지 않으면서 중계방송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해 적잖은 광고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는 지난 9일 열린 1국이 시청률 5.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후 2국 7.3%, 3국 7.5%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4국이 10%로 두 자릿수 시청률에 도달했다. 모바일 TV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보는 네티즌의 수도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업데이트되는 댓글은 5만 개가 넘었다. 4국이 끝난 후 이 경기를 요약해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영상 클립의 조회수는 75만 건에 육박했다.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컴 관계자는 “역대 가장 많은 광고가 팔린 경기”라며 “광고 단가가 높았지만 광고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