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지적
“AI 적용될 의료·자율車 치명적 버그 나타난 셈”

인공지능(AI) 알파고가 13일 이세돌 9단과의 4번째 대국에서 1~3번째 대국과는 달리 이른바 ‘버그(오류)’로 표현되는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하면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가장 높은 확률을 찾아 엄청난 속도의 계산을 해내지만 의외의 수를 접하면 실수를 하는 근본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오히려 AI가 적용될 의료,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도 한계가 드러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우려해야 할 지점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14일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드러낸 허점의 원인을 AI 자체의 한계에서 찾고 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80% 이길 확률이 높은 수와 20% 이길 확률이 낮은 수를 놓고 알파고는 80%의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두지만 20%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확률에 의한 기계학습이 완벽하지 않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바둑판의 상황은 모두 완벽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풀리 옵저버블(fully observable)’ 상황이지만, AI가 적용하고자 하는 다른 분야는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오목, 체스 등에 이어 바둑에서도 완벽하게 인간을 이기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과거 경험으로 감당하지 못할 수를 던지자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알파고의 실수가 아니다. 인간이 흔히 두지 않는 수를 뒀을 때, 왜 그 수를 던졌는지는 1200대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초에 수십만 건 계산 능력으로도 확인하고 살펴볼 길이 없음을 확인시켜 줬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AI가 의료 분야 등으로 확대 적용돼야 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오히려 걱정을 안겨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도 언론인터뷰에서 “바둑 인공지능은 게임에서 질 뿐이지만, 100㎞ 이상 달리는 자동에서 인식 오류, 추론 오류는 탑승자에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구글이 자신의 인공지능 능력을 과시하는 자리에서 버그 지적을 받은 것은 뼈아픈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13일 대국이 끝난 뒤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 전개로 알파고가 실수하게 됐다”며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고, 오늘의 패배는 알파고에 매우 소중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