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정화 반대 전단지 14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 인문사회캠퍼스 내 민주광장에서 학생들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는 총학생회의 전단지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부터 예산안 심사 돌입
野 “한 푼도 줄 수 없다” 공언
與는 예비비 편성 방안 검토

교문위·예결위서 충돌 전망
내년 예산 심사 파행 가능성

국회가 오는 19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는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따른 관련 예산 100억여 원이 예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이 이미 “국정교과서 예산은 단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며 선전포고를 한 이상,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정부·여당은 내년 국정교과서 집필에 투입될 예산을 여야 합의가 필요한 본예산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예비비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의 ‘국’자가 들어간 예산은 그 어떤 것도 단 한 푼도 인정할 수 없다”며 “상임위에서부터 교과서 전쟁이 벌어지겠지만 상임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예결위에서 관련 예산에 동의하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교육부 장관, 국사편찬위원장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투입될 예산은 1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과용 도서 개발 및 보급’에 58억3100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26억7500만 원에 비해 31억5600만 원이 증액된 규모다. 2013년도 동일 사업 예산은 33억9000만 원이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 예산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를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본다”며 “꼼꼼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는 기재부에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으로 44억 원을 요청한 상태다. 교문위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관련 예산을 교육부 예산으로 넣으면 국회에 증액을 요청해야 하는데 야당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 본예산이 아닌 다른 형태로 예산을 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와 기재부는 국정교과서 예산을 국회에 ‘사후 보고’하는 예비비에서 꺼내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해서 미리 일정액을 책정하여 두는 예산으로 기재부가 관리한다.

야당이 국정교과서 예산 ‘절대 불가’를 선언한 만큼 교육부 예산안이 상정되는 19일 교문위 전체회의는 파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문위의 예산 심사가 늦춰질 경우 그 여파가 내년도 예산안 전체를 논의하는 예결위는 물론 여야의 막판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