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기업 氣 살아날까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경제인 가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제계가 적극적인 환영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주요 그룹 본사 건물들이 밀집해있는 도심을 바라본 모습. 임정현 기자 theos@

"SK 투자 6兆→4兆 감소… 일자리·국가경제 악영향”

극도로 위축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경제인에 대한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재계는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것”이라며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 여파로 ‘반(反)대기업 정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몸을 낮추고 속을 끓여왔던 재계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가석방 자격이 되는 기업인에 대해선 산업현장에서 땀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6일 재계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각종 혐의로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실제 이뤄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인’ 몇 명의 가석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전개될 기업 투자나 신사업 진척 등 경기 회복을 위한 활력을 촉진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내년 경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기업의 경우 아무리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끈다고 해도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 기업의 사활을 거는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오너의 몫”이라며 “투자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SK그룹이나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이끌어낸 한화그룹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수감 이후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연간 투자규모만 6조 원이 넘는 SK그룹의 투자 규모가 최 회장의 부재로 지금은 4조 원대로 감소했다”며 “SK가 계속 투자를 늘리고 신사업을 개척해 나갔다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최 회장의 경우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출소하면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기업 혁신과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기업인 가석방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특정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극도로 위축되어있는 기업인 전체의 ‘기(氣)’를 살리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는 이런 주장을 드러내놓고 하지 못하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땅콩 회항’ 파문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여전히 냉랭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오른 기업인 가석방 관련 기사에 부정적인 댓글들이 적지 않게 달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앞장서서 가석방이나 사면 건의를 했다가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로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업인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가석방 자격이 되는 기업인은 일반인과 차별을 두지 말고 공평하게 처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