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절박’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한 최경환(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

기업이 먼저 투자 나서야
고용 늘고 가계 소득 늘어
경제 선순환의 고리 안착
정책의 성패 결국은 ‘투자’

기업인 가석방 특혜 아니라
역차별 주는것 막자는 취지

기업의 투자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면서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잇따라 내년 투자 심리가 올해보다 더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자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투자 심리 회복에 ‘올인(다걸기)’하고 있지만, 위축된 기업의 투자 심리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올 8월 -9.9%에서 9월 12.8%로 깜짝 반등에 성공했으나 10월에는 -8.8%로 다시 고꾸라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4.7%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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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다. KDI는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도 낮은 3.3%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고용이 늘어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선순환의 고리’에 안착할 수 있는데 도통 투자 심리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총대’를 메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일반인들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 등을 검토하는데 기업인이라고 해서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온 소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성패는 위축된 기업의 투자가 살아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오죽하면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만들었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이익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 배당, 임금인상 등 3가지 용도로 쓰지 않을 경우 목표에 미달하는 금액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된다.

그동안 최 부총리는 “기업소득환류세의 징수 목표액은 0원”이라며 “세금을 걷자는 게 아니라 기업이 투자, 배당, 임금인상에 돈을 써달라는 게 정책 목표”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 총수가 수감 중인 상황에서는 대규모의 투자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오너 리스크(위험)’ 해소 없이는 투자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주지 않으면 내년 한국 경제가 대내외 리스크를 헤쳐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며 “기업인이 일반인과 차별 없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면 위축된 기업인들의 경제심리를 북돋우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