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해 조건을 갖춘 경제인에 대해 가석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유력한 차기 국무총리 후보이자 대야 협상을 책임지는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나서면서 가석방 요구가 대세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야당에서도 차기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물론, 현역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부의장도 찬성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26일 여야에 따르면 당초 기업인 가석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이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의 의사까지 밝히면서 찬성론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여당 내에선 청와대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숨소리 하나까지 호흡을 잘 맞추는 라인은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도 아닌 원내지도부들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 원내대표가 기업인 사면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업인이라 해서 가석방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상 바람직하지 않고 형사 정책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야당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사실상 당론에 배치되는 찬성론이 나오고 있다. 이 국회부의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석방 요건이 합당하면 기업인이라고 해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찬성 입장을 보였다. 앞서 박 의원은 “고위 공직자든 기업인이든 가중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가석방은 평등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등 야당에서도 찬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최근 청와대에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당정이 기업인 가석방론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정치권 내에서의 가석방론은 다음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 가석방론을 안건으로 올려 총의를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 가석방은 물론, 사면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김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그의 한 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김 대표가 당·청 충돌의 모양새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효과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