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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활성화 법안도 늦어져
R&D 2012년 이후 하락
기술격차 벌어질까 우려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마저 늦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총 고정자본형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GDP 대비 총 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008년 31.38%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2009년에는 31.32%로 하락했다.

총 고정자본형성은 기업이 생산능력 유지나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위해 설비와 건설, 무형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 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010년 30.50%, 2011년 30.24% 등 내림세를 보이다 2012년에는 29.57%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GDP 대비 총 고정자본형성 비중이 3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86년 이후 26년 만이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GDP 대비 총 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013년에 29.66%로 다소 회복되는 듯했으나 올해 3분기까지 29.25%를 기록하며 다시 내림세를 타고 있다.

특히 총 고정자본형성 중 연구·개발(R&D)이 포함된 지식재산생산물투자와 설비투자의 비중이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어 향후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국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투자 여력이 약화된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기 부진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엔저 공세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은 악화일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속되는 내수 부진도 기업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꺼져가는 기업 투자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처리가 정치권 정쟁으로 지연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사이에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 따른 수혜를 투자 증가로 이어가고 있다”면서 “장기간 엔고 상황을 이겨낼 정도로 품질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 한·일 간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한국 제조업은 중국에도 밀려 동북아 3국 중 가장 뒤처지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